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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뜨개록

뜨개록 prologue : 내가 뜨개질을 처음 만난 날.

by 최소노 2022.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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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Knitting)
옷이나 장갑 따위를 실이나 털실로 떠서 만드는 일.







길어지는 취업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없던 시기.
내 하루는 마치 주부와 같았다.
가족의 출퇴근을 돕고 집안 청소를 하고 장도 보고 설거지를 하고 저녁을 차리고.. 영락없는 주부의 모습을 내가 실천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미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안부를 물으면 “저 주부생활 하고 있어요.” 말하며 살았고 어떤 이는 결혼했냐며 되묻는 웃긴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사회에서 좀 더 정신없이 울고 웃으며 살 수 있는 나이로 언제까지 주부로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하루하루 일주일 6개월, 1년.. 끝나지 않는 나의 주부같은 백수생활에서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코바늘이다.
내가 뜨개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내 적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실 생각할 분야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학창시절 실과과목 바느질 시간에 쿠션을 만들어 오라는 과제는 엄마의 도움을 받아 제출했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대바늘 뜨개는 바늘에 코 꿰서 어디까지 떴는지 알 수 없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이 전부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옷에 구멍이나고 박음질이 필요할 때면 실과과목을 대하던 중학생 처럼 어김없이 엄마의 도움을 받는 나였기에 더더욱 실과 바늘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응 단언하고 단정 지으면 나중에 참 민망한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 ~않는다. 절대 등과 같안 말은 함부러 사용하는 것이 아님을 실과 바늘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단호한 생각을 비웃듯 나는 코바늘에 푹 빠지고 말았다.

블로그에도 몇번 언급했지만 나의 귀찮음으로 항상 미뤘던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는 강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완벽하고 싶다는 그 욕구에 미루고 미뤘던 계획을 이제서야 결심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나의 뜨개록은
단순하게 '일기 + 뜨개질'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앞으로 적을 뜨개일기의 시점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루프와 같을 것이다.
매일 조금이라도 기록했다면 그때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 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운 마음은 여기까지 하고 지금이라도 뜨개록을 적게 된 것이 위대하고 감격스럽다. 대견하다!





숨겨진 내 손재주를 훈련시켜 주고 어쩌면 나를 저 밑에서 구해준 고마운 뜨개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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